미스 유 올레디
귀엽고, 때때로 웃음도 났는데 딱히 임팩트는 없었다.
배드 지니언스
간만에 재밌게 봤던 영화. 배드 지니언스라는 제목이 딱 맞는다. 컨닝 극혐하며 린을 도와주려던 뱅크가 마지막엔 극단적으로 타락한 뱅크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은 린이 모든 걸 밝히는 엔딩까지 정말 좋았다. 끝까지 늘어지지 않고 긴장감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 연출도 괜찮았고, 상영관이 적어서 한 번 더 못 본 게 아쉽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어떻게 그런 원작을 가지고 이런 망작을 만들어 낼 수가 있지? 개봉 전부터 평이 안 좋긴 했어도 설마하니 이정도로 망작일 줄은 몰라서 바쁜 시간 쪼개 보러갔다가 숙면하고 왔다. 포와로가 일단 찔러보고 윽박지르는 캐릭터가 된 것도 어이없고. 이 영화의 단 하나의 의의는 물들어올 때 노젓는 서점들 덕분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이북을 싸게 살 수 있었다는 것 뿐.
강철비
노잼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좀 자존심 상했다ㅋㅋ 미국 믿고 있던 자칭 보수파들이 통수 맞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조우진 짧게 나왔는데 임팩트bbb 정우성도 얼굴 좀 가지 않았나 싶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좋더라. 아직 안 죽었네 싶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감독의 드림썰 같은 느낌.
1987
올 한 해 본 한국 영화 중에 단연코 제일 좋았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시작한 그해의 민주화 운동의 궤적을 따라가는데, 모든 사람들이 민주화를 열망해서 움직였다기보다도 '사람이 죽었는데... 이건 아니잖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조그만 움직임이 큰 변혁을 이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연희'. 노동운동을 하던 아빠는 부추긴 사람들에게 배신당해 죽고, 백날 데모해봤자 '그 날'이 오긴 하냐며 냉소적이던 연희가 자진해서 버스 위로 올라가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게 되기까지, 연희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관객이 동화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연출도 정말 좋았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김정남이 교회에 매달려서 예수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쳐지던 씬, 박종철 고문씬에서 영정사진으로 오버랩되던 시퀀스, 한병용을 협박하며 꺼낸 박처원의 과거사를 사진에 불빛이 비춰지며 육성으로만 설명하던 씬 등, 인상적인 연출이 많았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닌데 전체적으로 공을 많이 들이고, 감각적으로 연출했다는 느낌. 한번쯤 더 보고 싶은데 마음이 아파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올 한 해 영화 볼 게 너무 없었다. 내년에는 재밌는 거 많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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