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사 별점도 아깝다
이동진의 한줄평이 근사해서 보러 갔다. 왓챠 예상 별점은 2.6이었으나 간혹 안 맞는 경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제 별점은요…. 여기 빵점은 없나여??????
외로운 현대인의 우울함, 자아 성찰, 자아탐색, 뭐 이런 거 생각하고 갔는데 현실은 자기연민에 빠진 중년 아저씨의 불륜과 우울함이었다고 한다.......ㅎ 모두가 같은 목소리인 세계에서 오직 우연히 만난 한 여자만이 다른 목소리를 가졌다. 그래서 첫눈에 반한다. 그것도 불륜이지만, 그래 뭐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자고 일어나니 밤에는 안 보였던 단점들이 보이면서 거슬리기 시작하고, 그 여자의 충고가 같잖아 보이기 시작한다. 이혼하고 너랑 살겠다던 남자는 여자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자기가 버려놓고는 집에 가기 전엔 사랑을 잃었다면서 자기 연민에 빠져 예정되어 있던 강연도 망치고. 집에 돌아와서 친지들도 못 알아보고 황망해 하면서 주저앉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영화에선 그런 남편을 위해서 친지들 모아 서프라이즈 파티 준비한 와이프가 제일 불쌍하다. 영화 밖으로 확장하면, 이딴 걸 돈 주고 보러간 내가 제일 불쌍하고.
때로는 교훈이 없다는 게 교훈이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가치를 대변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이긴 더럽게 현실적이었다. 중년 아저씨가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며, 불륜 저지르는 거 매우 흔한 일이니까. 감동도 뭣도 없는 걸,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가면서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노말리사의 마이클은 더 심각한 게, 불륜 남녀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진짜 사랑' 어쩌고 하면서 포장할 수도 없다. 하룻밤에 돌변하는 게 사랑이라니, 그 사랑, 참으로 먼지보다도 가볍도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년 남성의 시각에서 진행되고 포장되는데, 하룻밤 만에 버림받은 리사가 그럼에도 '아노말리사'는 '천국의 여신' 운운하는 데에서 정점을 찍는다. 나를 구원해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를 구원하려 했던 여자. 그렇지만 내 공허함은 구원할 수 없지ㅎ 너는 성녀지만, 나는 성녀도 구원할 수 없는 고독한 사나이! 아 예... 이 남성 중심의 성녀 판타지는 어쩌면 좋을까 모르겠다. 감독도 평론가도 다 이 관점에서 만들고 평가하니까 그렇게 극찬이지 시발!! 이건 똥이야 똥이라고!!!
이동진 평 : 사랑의 시작과 끝은 모두 자신의 고독을 발견할 때 당황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라 브뤼에르)
한줄평은 근사했는데… 그랬는데…
이건 좀 다른 말이지만, 얼굴 하관이 분리되는 캐릭터 디자인을 보면서 '아.. 원하지 않는 가면을 써야 하는 현대인의 애환을 표현했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딴 거 없었다고 한다. 마이클이란 사람이 얼마나 고독한 사람인지!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지! 그게 이 영화의 중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사랑 운운하지만, 여긴 말라비틀어질 만큼의 애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요즘엔 한 달 단위로 영화 평 몰아서 썼는데, 이 영화만큼은 더 이상의 피해자가 늘어나질 않길 바라며 빨리 써본다. 차라리 이 시간에 네이트판에서 불륜 스토리 읽는게 더 생산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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